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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습 길잡이

올바른 '암산'은 무엇일까? | 연산 실수가 많다면 '암산 습관'부터 의심하세요.

by 자람나무 2025. 8. 5.

암산은 똑똑함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문제를 식도 안 쓰고 척척 풀어내는 아이를 보면

“계산이 빠르네, 수학 머리가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실수를 자주 한다면, 정말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아이는 정확해서 빠른 게 아니라,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생략하는 데 익숙해졌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수가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숫자를 조작하는 습관이 굳어지는 것, 그게 바로 위험한 암산입니다.

 

 

머릿속으로만 하는 암산은 왜 위험할까?

머릿속 계산은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아직 수 감각이나 자릿값, 계산 순서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초등학생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두 자리 수 이상의 곱셈이나 분수의 덧뺄셈처럼 단계가 분명한 계산을 머릿속에서만 처리하려 할 때, 아이들은 생략하거나 섞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1) 18 × 15에서의 ‘착시 연산’

이 문제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대부분 구조를 알고 있는 곱셈입니다.

18 × 5 = 90
18 × 10 = 180
90 + 180 = 270

하지만 손으로 쓰지 않고 머릿속에서 처리하려는 아이들 중에는, 180 대신 18을 더해서 90 + 18 = 108로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18 × 15 계산의 착시 계산 이미지

 


본인은 자기가 180을 더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손으로 써보고 나서야 자릿수가 틀렸음을 알게 됩니다.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저 연산이 틀린 것이지만, 진짜 문제는 구조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곱셈의 원리가 아니라 숫자 기억만 남은 상태. 이것이 바로 암산이 만들어낸 착시 연산입니다.

 

 

(2) 분수 뺄셈에서의 통분 과정에서 ‘곱해야 할 수’를 착각하는 실수

문제: 11/12 − 4/15

이 문제는 구조가 단순하고, 겉보기에는 쉽게 풀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식을 쓰지 않고 암산으로 접근합니다.

먼저, 통분은 잘합니다.

12와 15의 최소공배수는 60
11 × 5 = 55 → 11/12 = 55/60
4 × 4 = 16 → 4/15 = 16/60

→ 55/60 − 16/60 = 39/60
→ 약분하면 13/20

하지만 암산으로 처리하던 아이가 이런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11에 5를 곱해야 하는데, 옆의 분모 15를 생각하다가 4를 그대로 곱해버리는 실수.”

그 결과,

11 × 4 = 44
4 × 4 = 16

44/60 − 16/60 = 28/60 → 약분하면 7/15

 

11/12 − 4/15 의 잘못된 암산 예시 이미지



얼핏 보면 연산 자체는 멀쩡해 보입니다. 따라서 검토를 한다고 해도 오답이라는 것을 끝까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자 계산에서 곱해야 할 수를 놓친 것, 이것이 바로 암산이 만들어낸 구조 없는 계산입니다.

아이 본인은 실수했는지도 모른 채 넘어갑니다. 실수를 해도 자기 사고의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 이게 암산의 가장 무서운 점입니다.

 

 

 

‘진짜 암산’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아이들과 화상수업을 진행할 때, 수학 시간에는 3~5문제 정도 풀어보며 단원 정리를 하곤 했는데 이때 수학을 좀 잘하는 남자 아이들 중에서는 무조건 빠르게, 그리고 암산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머리로만 하지 말고 식을 먼저 써 보자.”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충분히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데 굳이 왜 식을 써야 하냐고, 암산은 머리로 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진짜 암산을 잘 하려면, 머릿속에 식이 떠오를 수 있어야 해. 그건 계속 손으로 써 봐야 생기는 능력이야.”

 

 

 

암산은 ‘쓰지 않아도 보이는 구조’를 남깁니다 - 쓰는 훈련으로 쌓은 결과

수학에서의 ‘암산’은 불필요한 계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은 계산을 ‘생략해도 될 만큼 정확하게 훈련’했을 때 비로소 생깁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처음 방정식을 풀 때는 다음과 같이 모든 과정을 한 줄 한 줄 써서 정리합니다.

5x + 2 = 3x + 12
 → 5x − 3x = 12 − 2
 → 2x = 10
 → x = 5

이런 과정을 충분히 반복해서 연습한 아이는 점점 식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게 됩니다.

‘5x와 3x의 차가 2x이고,
12에서 2를 빼면 10이니까
x는 5.’

 

그럼 나중에는 굳이 5x − 3x = 12 − 2을 쓰지 않아도 정확한 답이 나옵니다. 간단한 예를 들었지만 식이 더 복잡할수록 훈련의 값어치는 더더욱 높아지겠지요.

 


이처럼 암산은 식을 안 써도 될 만큼 충분히 써 본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건 생략이 아니라, 쓰며 쌓은 사고가 압축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는, 언제든 다시 식으로 펼쳐낼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암산 훈련은 이렇게 접근해보세요

✏️ 식부터 반드시 쓰게 하세요.

‘암산 문제’라고 해도 먼저 식을 적고, 계산 흐름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세요.

✏️ 과정이 보이게 연습하세요.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 곱셈 분해 등은 꼭 단계별로 써서 훈련해야 합니다.

✏️ 오답을 분석하게 하세요.

실수를 그냥 ‘틀림’으로 넘기지 말고, ‘왜 틀렸는지’ 식을 다시 쓰며 찾게 하세요.

✏️ 정확성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암산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축적된 정확성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빠른 아이’보다 ‘정확한 아이’가 먼저입니다

수학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한 과정을 표현하고, 검토하고, 다시 확신하는 힘입니다.
진짜 암산 능력은 연산과정을 손으로 쓰면서 눈으로 익힌 아이에게만 자랍니다.

 

아이에게 식을 쓰지 않고 빠르게 풀었다고 “잘했다”고 칭찬하기 전에, 그 아이가 무엇을 생략했는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연산 실수가 많다면, 아이의 연산 능력을 탓하기 전에 잘못된 암산 습관이 없는지부터 점검해보세요. 그게 수학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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